마지막 손님
추운 겨울 어느날, 게이꼬(惠子)가 가게 문을 닫고 큰 길로 나섰을 때 지붕위까지 눈이
쌓인 자동차가 어떤 집을 찾는듯 옆을 지나쳐 갔다.
혹시? 하고 뒤쫓아 달려가니 역시 '춘추암'앞에 정차해 있다.
낙심하고 있는 45~6세 정도된 중년남자에게 친절히 말하고 가게문을 다시 열었다.
중년남자의 말은 어머니가 암으로 오랫동안 병상에 계셨는데, 아침에 의사가 '앞으로
하루 이틀입니다' 누군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알리고, 잡숫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잡숫게 하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전에 오오쓰(大津)의 춘추암 과자를 먹었더니, 매우 맛있더라 한번 더
그걸 먹고싶다'고 하셔서 그 과자이름은요? 하고 물었더니 잊었다고 말씀하셨지요.
'제가 사올테니 기다리세요...하고 집을 나왔는데 공교롭게도 눈이 많이 와서 속도를
낼 수 없어 는게 도착하여 문을 닫았을까봐 걱정했었지요. 오늘 기회를 놓치면 영영
기회가 다시 올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정말 아가씨께 은혜를 입었습니다.
게이꼬는 이 세상 마지막으로 우리가게 과자가 먹고 싶다고 하는 손님에게 어떻게 보답
할까 생각하고 손님과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봤다. 내가 아저씨 입장이라면 그 가게
가 어떻게 응대해 주면 기쁠까...그런 것을 손님에게 해 드리리라.
정신을 차리고 '과자를 고르는 것은 저한테 맡겨 주십시오'하고는 중병인 환자를 생각
하여 힘들여 씹는 것과 떡처럼 목에 걸릴 위험이 있는 것을 우선 제외하고 먹기 좋은
것만 2개씩 세트했다. 만일 고른 것이 환자가 찾는 것이 아닐 때는 그 댁을 알아놓고
직접 갖다 드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메모지에 주소, 성명, 전화번호를 받았다.
과자대금이 얼마냐고 묻자, 받을 수 없다고 결연히 말했다.
"이 세상 마지막에 우리 가게의 과자를 잡숫고 싶다는 손님께 모처럼 저희들의 성의
니까요" 손님은 말만으론 나타낼 수 없는 감동을 느끼고 이름과 나이 등을 물어봤다.
손님이 돌아가자 게이꼬는 자신의 가방 속에서 돈이 들어있는 봉투를 꺼내 천 칠백엔을
꺼내 그날 매상에 추가시킨 후 문을 닫고 집을 향했다. 그 봉투에는 "코트 적립금"
이라고 씌어있다. 집에는 교통사고로 몇 달째 누워있는 어머니와 남동생 둘 여동생
셋이 있다. 장녀인 게이꼬는 4년 전 공장장이 발기인이 되어 고등학교 보내는
후원회를 만들었지만, "일을 통해 자신을 키우겠다"며 정중히 거절했고 가난한 살림,
다섯이나 되는 동생들 그리고 생활력없는 무력한 아버지를 대신해 자신이 짐을 짊어
지려고 생각했다.
자리에 눕자 잠이 오지 않았다. 손님이 지금쯤 나고야에 도착했을까? 과자를 보고 기뻐
하는 노부인이 갑자기 일그러지며 이 과자가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그 말에
난감해하는 그 사람, 또 과자가 목에 걸려 고생하는 그 부인과 어쩔줄 몰라하는 그 사람.
목에 걸린 과자를 토해내게 하려고 진땀을 빼는 모습 등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다음 날 일찍 가게로 나가 전화를 했다. 어제밤 어떠셨느냐는 말에 "정말 고마웠다.
차가 밀려 집에 도착하니 10시 반이었고 어머니는 기다리다 지치셨는지 10시에 숨을
거두셨다. 모처럼 게이꼬양이 골라주신 과자를 어머니께 맛을 보여드리지 못해 유감
이며 정말 미안하다. 어쩐지 공연히 신경이 쓰여 늦어질 것 같다고 어머니께 전화를
걸고 게이꼬양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당신의 마음이 통한 걸까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으
셨고, 숨을 거두시기 전에 갑자기 당신의 가게를 '그 가게, 좋은...가게로군'하고
말씀하시더란 거예요. 정말로 고마워요. 당신의 착한 마음. 평생 잊지못..."
게이꼬는 장례식이 내일 오후라는 말을 전해듣고 전화를 끊었다.
게이꼬는 지배인에게 월차를 얻고 공장장에게 장례식 과자를 5천엔 짜리고 주문했다.
오후에 도착한 과자를 포장해 가방에 넣은 후 "코트값 적립"이라는 봉투에서 5천엔
을 꺼냈다. 두툼해지기는 커녕 점점 더 얇아지는 봉투. 게이꼬는 금전출납기를 두드려
5천엔을 입금 시켰다.
그날 오후 지배인을 비롯한 종업원들이 게이꼬양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장례식 참가비용을
회사비용으로 부담케 하든지, 우리들이 돈을 모으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게이꼬양의
'인간행위의 아름다움'이라는 깊은 세계에 누군가 끼어드는 셈이 되므로 모른체하고
지배인이 나중에 처리하기로 하였다.
게이꼬는 재래식 열차로 나고야에 도착하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게이꼬는 집에 도착해
과자를 제단에 올리고 염주를 꺼내 향불을 올리고 분향했다. 집을 빠져나와 고별식에
참석하려 했지만, 1시간 반 동안 보낼만한 곳도 없었다. 눈이 펄펄 내려 몇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었다. 우신을 끈 참배객들 맨 뒤에 서있는 게이꼬의 머리와 어깨에 수북히
눈이 쌓여가고 있었다. 장례식 선두차 안에서 뚫어지게 게이꼬를 바라보는 시로도
(아저씨)의 눈에서 눈물이 계속 흘렀다. 19세의 게이꼬가 손님의 마음에 성심껏 보답
하려고 우신도 쓰지않고 눈을 맞으며 무심하게 기도를 하고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글 사람의 마음의 아름다움에 감동되엇기 때문이다. '상인의 모습에서 앞치마를 두른
부처의 모습을 보다' 라는 말을 떠올리며 게이꼬의 모습은 천사처럼 빛나 보였다.
며칠 후 게이꼬의 미담이 실린 시로도가 과장으로 있는 회사의 홍보신문이 춘추암에
배달되었다. "인간이 인간으로부터 따뜻함을 받는다는 것이 이토록 감동적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며 게이꼬를 훌륭히 키워온 여러사람에게 감사한다"고 적혀있다.
비로소 게이꼬의 선행이 알려지고 춘추암 사장은 상인의 길은 인간의 길이라는 것을
부하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노라고 무척 행복해 했다. 춘추암에는 격려전화가 끊이지
않았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나까가와가 자기 생각이 틀렸다고 시인하는 전화를
했다. 싸늘하지만 맑게 갠 오오쓰의 거리, 비록 코트조차 입지 않았지만 추위를 잊은
듯 걸어가는 게이꼬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 다께모도 고노스께의 '마지막 손님에서 발췌한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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